어린 시절, 쥘 베른의 ‘해저 이만리’를 무척 좋아했다. 학교에 비치된 어린이 과학잡지를 통해 우주왕복선이 실현되기 훨씬 전에 ‘스페이스 셔틀’과 액체질소에 대해 알았고, 장래 희망이 과학자였다. 고등학생이 돼서 내가 그쪽 머리는 아닌 걸 깨달았지만.
(인셉션)
그래서인지 나는 SF(공상과학이 아니라 과학소설로 번역함이 옳다.)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무척 좋아한다. 근래 이 장르 최고의 영화는 ‘인셉션’. SF 블록버스터는 최근 한해에 한편씩 이어지고 있다. ‘그래비티’, ‘인터 스텔라’, ‘마션’까지. 그래서 좋다. 스페이스 오페라로는 중학생 시절부터 보기 시작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본다. 조지 루카스는 이 세계관 하나로 40년을 우려먹고 있다. 그 장르의 믿고 보는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워쇼스키 남매'이다.
판타지 문학의 처음이자 끝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새로울 것은 없지만 빼놓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래픽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원작을 잘 살렸다. 취향에 맞는다면, 원작소설을 꼭 한번 일독하길 권한다. 북유럽의 신화적 전승과 중세 서사문학의 전통을 잘 버무려낸 명작이다. 사실 이 소설은 무려 일갑자 전인 1950년대 초에 출판되었는데, 아직까지도 판타지문학은 톨킨의 세계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고2부터 오거서 분량 정도의 무협소설과 40여년 동안 거의 모든 무협영화를 보아 왔으니, 좌백의 말처럼 ‘나도 한편 쯤 쓸 수있지 않을까’하는 정도인데, 요즘은 영 작품들이 신통치 않다.
(쿵후허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주성치’. ‘소림축구’와 ‘쿵후허슬’이 대표작이다. 주성치 영화의 매력은 천진난만함에 있다. 우선,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가 있다. 그냥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 관객 여러분. 제가 지금부터 기상천외한 허풍을 칠 테니 그냥 즐기세요.’라고. 주성치는 패러디와 슬랩스틱 코미디에 나름 티 안 나게, 눈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페이소스를 집어넣는다.
나는 홍상수와 김기덕의 영화를 개똥철학 영화라고 본다.
홍상수는 굳이 들어낼 필요 없는 ‘사랑이란 시시한 놀음이다.’라는 별 것 없는 주제를 대단한 철학인양 비싼 제작비 들여가며 동어반복한다. 영화는 대중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어여 하지 않을까. (스무살 연하 여배우와의 불륜까지 공개적으로 매도하진 않겠다.)
김기덕 감독은 무슨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해서 예술성을 인정받고, 마니아 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감동적이지만, 나는 그의 작품세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불편한 이야기를 독특한(삐딱한) 시선으로 보여주는데, 과연 그것이 인간내면 혹은 인간세상의 진실인지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불편한 얘기의 끝에 보여주는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도 공감하기 어렵고.
박찬욱 감독, 그의 글과 진지하고 세련된 말솜씨가 좋다. 영화 만드는 솜씨도 훌륭하다. 다만,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김기덕의 그것과 결은 약간 다르지만, 불편하다.
(브이 포 벤데타)
조금 불편하지만 좋았던 영화로는 ‘화려한 휴가’, ‘웰컴 투 동막골’, ‘브이 포 벤데타’, ‘왓치맨’ ‘씬시티’,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들이다. 메시지를 전하되 ‘웰컴 투 동막골’처럼 잘 포장하면 좋지 아니한가. ‘브이 포 벤데타’는 강추, 마지막 봉기 장면을 보며 나는 87년 여름의 어떤 거대한 장례행렬이 오버랩 되었다.
(빅 피쉬)
독특하고 기발한 영화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팀 버튼의 ‘빅 피쉬’ (IP TV에 공짜로 올라와 있다.). 황당무계한 판타지 속에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얼마 전 아버지의 이야기를 맘먹고 써보았는데, A4 네 장 분량을 못 넘겼다. 내 아이들은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요즘의 한국영화 감독으로는 최동훈과 봉준호를 좋아한다. 최고의 오락영화 감독들이다. 최동훈의 2004년 첫 작품, ‘범죄의 재구성’을 보며 이미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싹수를 보았다.
나는 영화 ‘변호인’과 요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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