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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수호지에서 묵향까지

'수호지에서 묵향까지

 

 

  (신조협려의 소용녀 싱크로율 100%, 유역비)

 

이글은 순전히 무협 덕후들과 무협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작성합니다.

 

내가 무협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고1 , 삼국지와 수호지의 영향이다. 이때부터 만화가게에서 대만의 와룡생, 고룡, 양익의 해적판과 위작들을 빌려 보기 시작하여, 3세대 신무협 묵향까지 꾸준히 섭렵하였다.

 

고딩 때 읽은 한국작가들의 무협지들은 도색잡지 수준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가 또 하나의 재미였다 (결국, 그런 식의 선정적 경향 때문에 몰락하지만). 대학 시절 학교 앞 모심만화는 만화/무협 마니아들의 휴식처였다. 임모, 권모 선배와 친구들이 자주 가던 곳이다. 물론, 당시 순차적으로 출간 중이던 황석영 선생의 장길산과 이현세/박봉성의 극화들을 읽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야설록의 참신한 무협지와 이재학의 무협만화도 인기 도서였다.

 

80년대 초반의 대표작가는 금강, 사마달, 서효원, 야설록을 꼽는다. 그 중, 야설록은 발군이었다. 참신한 문체와 개성있는 캐릭터 설정, 감수성을 자극하는 전개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암우했던 시절,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무협지에 심취했던 것은 시대의 반영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끝내 거대한 악을 징벌하는 무협의 세계를 통해 희망과 위안을 찾은 것이다.

 

90년대 이후, 무협은 본격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어 용대운의 [태극문]과 좌백의 [대도오], [생사박] 정도로 2세대 무협은 명맥을 이어간다.

 

1996년 김용의 [영웅문 3부작]이 고려원에서 출간된다. (이 역시 해적판이다.) 이 소설은 1997IMF 외환위기라는 재앙과 맞물리며 대박을 터트린다. 기존의 무협 마니아는 물론 폭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여, 무협소설을 대본소에서 빌려보는 책이 아닌 사서 읽는 책으로 격상시킨다. 무협영화와 무협드라마 시리즈의 소재로도 계속 제작되고 있다.

 

3세대 무협의 시작은 [묵향][비뢰도]. 온라인으로 나오던 여러 소설들이 책으로 나오는 와중에 서점가에 등장해 인기를 끌고 이들을 따라 이런 저런 사람들이 무협소설을 온라인에 쓰고 그것들이 책으로 나오게 되면서 3세대 무협의 시대가 열렸다

 

 

 

(소오강호의 임영영 역으로는 허청이 갑이다. )

 

[김용의 신파 무협]

 

무협은 김용에 의해 문학적 경지로 끌어 올려 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김용의 신파 무협은 이전의 고답적인 표현양식에서 벗어나 정통소설의 서술방식을 택했으며, 무협, 역사, 전통문화, 애정과 인간사의 요소를 결합시켰다.

 

이전의 무협이 가문이나 사문의 복수, 정파와 사파의 뜬금없는 대결구조였다면, 김용에 이르러 무협의 세계는 역사적 사실과 절묘하게 버무려져 사실과 환상이 뒤섞인 광활한 배경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 정과 사의 도식적 경계가 무너지거나 전복되기도 하며, 마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까지 종횡무진 한다.

 

다양한 풍속과 생활사, 제도와 문물, 불가와 도교의 경전, 시와 노래, 글과 그림, 음율과 악기, 장기와 바둑 등 중국의 전통문화를 능수능란하게 차용한다.

 

또한, 유불선을 넘나드는 다양한 등장인물과 이민족, 소수민족, 의원과 점복가, 점성술사와 관상가 등의 각양각색의 인물과 다양한 물색을 동원하여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예측불허의 기상천외하고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전개하며, 남녀 간의 애정은 담백하여 일부다처가 기본이었던 이전의 무협지와 달리 지고지순한 애정을 담고 있다. 다만, 주인공의 성장사와 남녀 간의 애정에 숱한 우여곡절과 갈등을 배치하는데, 이건 너무 심해다. (뭐, 일반독자층 특히 여성독자들을 무협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적 이었을지도...)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소오강호'를 좋아한다. 남자 주인공들이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성격이지만, 사조영웅전의 '황용', 의천도룡기의 '조민', 소오강호의 '임영영' 등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이 나를 안심시키다.

 

'천룡팔부'와 '신조협려'는 가학적이라 할 만큼 주인공들에 대해서 고난과 불행을 짊어지게해서 썩 유쾌하지 않은 게 흠이다. 무협은 자고로 해피엔딩이어야 제맛.

 

 

 

 

[김용의 대표작]

 

1. 월녀검

2. 천룡팔부

3. 사조영웅전 (영웅문 1)

4. 신조협려 (영웅문 2)

5. 의천도룡기 (영웅문 3)

6. 협객행

7. 소오강호

8. 벽혈검

9. 녹정기

 

[무림 방파와 마교에 대한 개인적 해석]

 

강호와 무림 구파일방은 무협작가들에 의해 창안된 세계관이나,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소림의 나한권, 무당의 태극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부분 도가 계열의 종단을 모티브로 하는데, 무과 과거 지망생들을 교육시키거나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무력집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종종 등장하는 세가는 장원을 방어하는 자체 경비단, ‘표국은 연원은 확실치 않으나 청대에 번성했던 운송용역사업체였다고 한다.

 

마교에 대해서는 중국 왕조 쇠퇴기의 농민반란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중국 왕조는 농민반란에 의해 무너졌는데, 농민반란군들은 민간종교 단체로 위장하여 비밀결사조직을 꾸렸다. 이를 사안시하여 마교집단이라 명명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표적인 예가 백련교인데, 원말 홍건적의 난의 사상적 기초가 되며, 청말 반청복명운동 비밀결사 였으며, 이후 의화단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삼합회의 원류인 '천지회'(천지회 조직원들이 연마하던 권법이 황비홍의 무예, 홍가권이다.)와 청말 '태평천국의 난'으로 위세를 떨쳤던 '배상제회' 역시 마교의 일파라고 할 수있다.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명교는 페르시아 조로아스터 계열(배화교)의 마니교에 원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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