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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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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의 유래에 관한 오해 새로 이사한 동네에 있는‘개성 손만두’집에 찐만두를 먹으러 갔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 풍경처럼 이 가게의 벽에도 이 음식이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재료를 쓰는지, 얼마나 정성스럽게 음식을 조리하는지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아무튼, 신선한 국내산 재료 만 사용하여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었다는 ‘개성손만두’를 맛있게 먹다가, 문득 제갈량의 남만정벌과 만두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의 진위가 궁금해졌다. 궁금증이 발동하면 못 참는 성미이니 즉각 반시간에 걸쳐 구글 검색을 돌려본다. 그 결과가 대박이다. 우선, [삼국지연의] 남만원정 대목을 간략히 요약하면, 유비가 죽은 후, 촉의 내정을 안정시킨 제갈량은 남만을 공략한다. 남만의 맹주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 놓아주기를 ..
올림픽, 국가주의, 인종 다시 올림픽 시즌입니다. 올림픽은 태생부터 인종주의와 국가주의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요. 요즘이야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에 흑인계 비율이 증가하여, 흑인계에 대한 차별은 없어지고 오히려 흑인계에 유리하게 변모하였지만, 아시아계는 애초부터 불리한 여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요. 중국은 인구와 국가정책, 일본은 경제력과 스포츠 과학으로 극복한다지만, 우리나라가 그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건 대단한 거죠. (물론, 국가대표 선수촌을 운영하여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를 길러내니,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할 수는 없긴 하지만...) 올림픽의 종목 별 메달 수를 보면, 국가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리우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개수는 308개, 그 중 15개 이상인 종목은 다음과..
러일전쟁과 정로환 러일전쟁과 정로환 러일전쟁은 일본과 러시아가 조선과 만주의 지배권을 놓고 일본군의 기습선제공격으로 1904년에 벌인 전쟁이다. 일본이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군을 제압함으로써,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우리민족의 고난이 가중된 것도, 독도 영유권 논쟁의 발단이 된 것도 이 전쟁의 결과이다. [뤼순항 전투와 봉천 대회전] 뤼순 공략을 맡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의 제3군은 여러 차례에 걸친 203고지 공격으로 많은 손실을 보았지만 1905년 1월 드디어 공략에 성공하였다. 크로파트킹 지휘하의 러시아군 32만과 오야마 이와오[大山嚴]가 이끄는 일본군 25만은 3월에 펑텐(奉天, 瀋陽)에서 회전(會戰), 러시아군이 패퇴하였으나 일본군도 사상자가 7만에 이르는 큰 손실을 보았다. 총병력 25만 중 7만..
조선의 과거제도와 지역안배 조선의 과거제도와 지역안배 그림은 개판이 된 조선 후기의 과거장 풍속도 입니다. 조선의 과거제도는 오늘날까지 출세지향의 학문풍토와 시험만능주의, 학연과 학벌사회의 폐단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가문과 배경보다는 실력중심의 관리임용제도였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제도였다고 생각된다. 2품 이상의 고위관료 자제에게는 음서가 허용되었으나, 대놓고 개무시하기도 하고, 매우 쪽팔려 했다고 하며, 고위직 진출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조선 말기에 가면 이 또한 개판이 되긴 하지만.) 동시대 서양사회는 아예 이런 제도를 생각지도 못하던 단계였고, 중국에서 기원하여 한국과 베트남에 확산된 제도이다. 일본도 헤이안시대에 잠시 귀족가문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나, 무사계급이 등장하면서 사라진다. 과거 제도는 중국..
조선 선비들의 섭생법 조선 선비들의 섭생법 언젠가 조선시대 선비들의 섭생법에 관한 글을 보다가, 순전한 호기심으로 조선 대표 유학자들의 생몰연도를 검색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는데 조선 선비들이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장수한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래 명단은 제가 임의적으로 장수한 분만 골라낸 것이 아니라, 조선성리학 계보를 보고 대표적인 학자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물론, 성삼문이나 조광조 같이 천수를 누리지 못한 분들은 빼구요.) 정인지 1396~1478 (82세) 황 희 1363~1452 (89세) 서거정 1420~1488 (68세) 김종직 1431~1492 (61세) 서경덕 1489~1546 (57세) 이언적 1491~1553 (62세) 조 식 1501~1572 (71세) 이 황 1502~..
명태가 꽃게로 변신한 사연 명태가 꽃게로 변신한 사연 2016년 7월 7일 어제 저녁 모처럼 마신 막걸리의 숙취가 가시지 않아, 책상 앞에 앉아있기도 좀 거북스럽고 하니 머리를 좀 깨워볼 겸해서 식품분야 얘기 한 꼭지 올립니다. ‘니들이 게맛을 알어~’ 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죠. 여러분은 게맛을 아시는지? 탱글탱글한 맛살, 김밥을 말거나 꼬치전 부칠 때 필수 아이템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게맛살의 주원료는 전분, 상품등급에 따라 어육(명태살)을 좀 많이 넣으면 고급품, 조금 넣으면 일반제품이 됩니다. 게살은 아예 안들어가거나 아주 눈꼽 만큼 만 들어갑니다. 이렇게 반죽을 해서 색소로 모양을 내고, 향료나 엑기스로 풍미를 냅니다. 그래서 ‘게살’이 아니라 ‘게맛살’이라고 부르는 거죠. 법률 상, 상품명의 실제 원료가 들어가지..
국수주의사관의 뿌리 국수주의사관의 뿌리 2016년 6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광복절 축사에서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환단고기’의 한 대목이라고 합니다. 요즘 세상에는 일베충과 더불어 환빠라는 무리가 있어요. 환빠는 ‘환단고기’라는 위서임이 거의 확실한 책에 근거를 두고 고대 한민족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국수주의적 사관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폄하하여 지칭하는 말인데요. 저 역시 대학 1학년 때 쯤, 1979년에 출판된 그 책을 보고 미혹되었던 적이 있지요. 국수주의 사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사학계의 ‘만선일체 사관’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본래 만주와 조선은 하나다’라는 사관으로 대한제국 시기..
일본 전국시대와 ‘무뎃뽀’의 어원 일본 전국시대와 ‘무뎃뽀’의 어원 2016년 6월 25일 [출처] 신석준의 고전산책 ‘무대뽀’는 일본에서 실제로 쓰이는 말입니다. 뜻도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그대로 ‘무모하다’, ‘대책 없이 막 간다’, ‘무식하게 밀어붙인다’로 똑같고요.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거친 한국말에는 일본말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무대뽀’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무대뽀’는 원래 한자로 무철포(無鐵砲)로 쓰고 정확하게 읽으면, むでっぽう[무뎃뽀:]입니다. 일본말로 뎃뽀(でっぽう, 鐵砲)는 대포가 아니고 조총(鳥銃)입니다. 따라서 무뎃뽀(無鐵砲, むでっぽう)는 ‘조총이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조총이 없다’는 말이 왜 ‘무모하다’, ‘대책 없이 막 간다’는 뜻이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꽤 긴 사연이 있습니다. 다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