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이야기

(4)
'마꼰도',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세계 ‘마꼰도’,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세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번역된 것들도 있다)은 복잡한 서사구조 때문에 중반 정도까지 참을성 있게 읽어야 소설의 진정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이야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으니, 굳이 말을 보태지는 않겠다. 다만, 내 인생 최고의 소설 몇 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한 자리를 비워 놓아야할 것이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죽음’에 대한 관념. 소설의 공간 ‘미꼰도’에서는 이승과 저승,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너진다. 가문 최초의 남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어느날 찾아온 집시 멜키아데스(외래문명 전달자)와 친구된 것이 계기가 되어 느닷없이 과학 실험과 철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든..
詩의 시대를 추억한다 詩의 시대를 추억한다. 마지막으로 시집을 사서 읽은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다. 기껏해야 아침 저녁 전철 플랫폼에 적혀있는 시민공모작을 건성으로 보거나, 더러 SNS에 포스팅 되는 시를 가끔 읽는 정도가 되었다. 한 시절 가방에 늘 시집 한 권쯤은 담고 다녔고, 족히 수백 권 넘게 시집을 사 모으던 사람이 이 지경이니, 이 시대의 시인들은 밥은 먹고 사는지? 그래도 영영 잊은 것은 아니어서, 최근에 재북시인 백석을 발견한 것을 위안이라 해야겠다. 시문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딩 입학 후, 개성 넘치는 국어선생님 두 분을 만나면서 부터였다. 한분은 홍석원 선생(필명 홍강리), 대학시절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셨다. 노래로도 알려진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하면 아실만한 ..
수호지에서 묵향까지 '수호지’에서 ‘묵향’까지 (신조협려의 소용녀 싱크로율 100%, 유역비) 이글은 순전히 무협 덕후들과 무협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작성합니다. 내가 무협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고1 때, 삼국지와 수호지의 영향이다. 이때부터 만화가게에서 대만의 와룡생, 고룡, 양익의 해적판과 위작들을 빌려 보기 시작하여, 3세대 신무협 ‘묵향’까지 꾸준히 섭렵하였다. 고딩 때 읽은 한국작가들의 무협지들은 도색잡지 수준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가 또 하나의 재미였다 (결국, 그런 식의 선정적 경향 때문에 몰락하지만). 대학 시절 학교 앞 ‘모심만화’는 만화/무협 마니아들의 휴식처였다. 임모, 권모 선배와 친구들이 자주 가던 곳이다. 물론, 당시 순차적으로 출간 중이던 황석영 선생의 ‘장길산’과 이현세/박봉성의 극화들을..
문학, 나의 취향 어린 시절부터의 내 평생의 취미는 단연 독서와 영화보기이다. 좀 자랑삼아 말하자면, 어린 시절 시골학교의 문고에 있는 책들을 다 읽어치우고는 더 읽을 게 없어 누이들의 중고등 국어교과서와 사촌 형님이 구독하는 '선데이 서울', '주간 경향'까지 두루 섭렵했다.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안력이 약해지면서, 책읽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제는 책을 보려면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는 처량한 나이가 되었다. 전에 직장생활 할 때, 보고서 글자 폰트를 큼직큼직하게 해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책읽기와 영화 취향도 바뀌어 간다. 무겁고 심각한 주제 보다는 가볍고 유쾌한 쪽으로. 젊은 시절의 지나친 독서 편식의 반작용인지, 아니면 생각이 점점 얕아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