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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의 기억

귀항

흐린 근경의 섬들이 어둠을 끌어 안으며

초여름의 긴 하루를 마치고,

바다로 나갔던 어선들이 저 마다의 항로를 끌며

늦은 항구에 돌아오면

또 얼마 만큼의 그리움이 빈 해안에 떠밀려오는가.

 

등대, 내 고단한 희망의 별이여.

꿈꾸지 않는 해안에서

너는 밤을 새워 눈부신 희망을 흩뿌리는데,

멀리서 오는 스산한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그리운 이의 귀항을 나는 기다린다.

등대여.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서는 안된다.

남겨지는 일이 떠나는 것보다

몇십배, 몇백배 아름답고 힘겨움을

아는가. 그리운 이여.

그대 미망의 그물을 거두지 못하고

먼 길을 서성이는 이여.

 

머리 위로 잔별 스러지고,

새벽하늘 너머로 꿈결처럼 아득하게

예인선 불빛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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