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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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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풍경 새벽이면 산들이 먼저 깨어났다. 먼 산은 흐릿하게, 가까운 산은 또렷하게 새벽을 맞았다. 푸른 강물이 기지개를 켜며 물안개를 피워올리면, 물가에 서있는 미루나무 새순들은 아침 단장으로 분주했다. 밤새 울던 여울물은 다소곳이 오랑개꽃들을 피워 냈으며, 얕은 개울과 느린 강물이 만나는 합수머리 자락에 펼쳐진 초록숲에서는 새들이 분주히 날아 올랐다. 사랑방 아궁이에서는 마른 나뭇가지들이 타닥타닥 타들어갔고 무쇠 가마솥에서 쇠죽 끓는 소리 틈새로 아버지의 카랑카랑한 재채기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찬 우물을 길어 감은 머리를 갈래로 땋은 누이들은 읍내 여학교 등교 준비가 분주했다. 숯불을 담은 다리미로 하얀 교폭칼라를 다림질 했고, 양은 도시락에 담긴 갖 지은 밥알들이 달착지근한 김을 올렸다. 밤새 식었던 아랫목..
사월 뒤뜰 해묵은 모란이 새순을 내밀고 뜨락 돌 틈엔 어느새 민들레 피었네. 흰 나비 한 마리 꿈결처럼 지나가는 오후 비를 머금은 바람에 나뭇잎들이 화들짝 깨어난다. 마당을 쓸고 먼 산을 본다. 사월이다. (2011년 봄)
옛집 옛집에 돌아와 텃밭을 일구네. 봄비에 한뼘, 여름볕에 두뼘 자라나는 푸성귀들 보며 '그놈들, 참 대견하다.' 하시던 어머니 그리워하네. 옛집에 돌아와 밤이면 하늘을 보네. 잔별들 쏟아질 때 아버지의 노랫소리 들리네.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에는 수심도 많다.' 옛집에 돌아와 다시 강변에 앉아 시를 읽는다네. 다시 바람을 느끼고, 다시 나를 돌아보네. (2011년 여름)
애기똥풀 내려 왔구나, 애기별 간밤 꽃샘바람에 잔별 날리더니 어두운 세상 내딛는 발걸음 헛디디지 말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이렇게 내려왔구나, 이렇게 피어났구나. (2011년 봄)
달천, Moon River 괴산 사람들은 이 강을 괴강이라 부르고 충주에서는 달천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달래강'이 좋다. 물이 달다하여 달내(감천, 감물)라 한다고도 하고 달래와 오라비의 슬픈 전설이 있어 달래강이라 부른다는 구전도 있지만, 달을 품은 내...그래서 '달내 (Moon River)'라 이름지은 것이리라. 가을 밤 개인하늘에 달이 뜰 때 제월대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달과 달 그림자를 품은 물의 풍광은 가히 선경이다. 달래강은 굽이마다 외세에 항거한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하였다. 한반도에서는 드물게 물줄기가 남에서 북으로 흐르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래'는 쌍곡계곡의 맑은 물을 아우른 후 '느티울(느티여울)'에서 급류를 이룬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살았던 우리마을 제월리를 지나 선조 때 충청..
나의 인터넷 세상 답사기 나의 인터넷 세상 답사기 - 달천 2016년 6월 13일 우리 세대는 1960년대에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5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반세기의 생활사는 중세시대 천년동안의 변화, 혹은 그 이상의 격변일 거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90년대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아날로그시대에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살아왔던 우리 세대에게는 축복이자 재앙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인터넷에 입문하게된 것은 90년대 중반, PC통신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시작되었지요.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매스컴보다 먼저 통신을 통해서 접했던 경험은 이 세계로 좀 더 깊이 들어가게 된 계기였습니다.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이 등장하였는데, 하이텔과 천리안이 대학생 유저 중심이었다면, 당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