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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창고

나의 인터넷 세상 답사기

나의 인터넷 세상 답사기 - 달천

2016년 6월 13일

 

우리 세대는 1960년대에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5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반세기의 생활사는 중세시대 천년동안의 변화, 혹은 그 이상의 격변일 거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90년대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아날로그시대에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살아왔던 우리 세대에게는 축복이자 재앙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인터넷에 입문하게된 것은 90년대 중반, PC통신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시작되었지요.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매스컴보다 먼저 통신을 통해서 접했던 경험은 이 세계로 좀 더 깊이 들어가게 된 계기였습니다.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유니텔이 등장하였는데, 하이텔과 천리안이 대학생 유저 중심이었다면, 당시 직장인들에게는 유니텔이 인기가 있었지요. 97년에 흥행한 영화 접속의 인터페이스가 유니텔이었던 것도 인기에 한몫을 했겠지요. 유니텔 잡학퀴즈방 회원들과 온라인과 오프 모임에서 놀던 시절이 그립네요.

 

90년대 후반, PC운영체계가 MS DOS에서 윈도로 발전하고, ‘넷스케이프에 이어 익스플로러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열립니다. 야후의 전성기를 거쳐, 광통신망이 깔리고 데스크톱의 성능이 발전하여, 국산검색엔진 다음네이버가 서비스 됩니다.

이천년대 초반, 드디어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지요.

(여기서 달천의 잡학 하나, 네이버 지식인은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고독한 군중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소통하면서 인터넷커뮤니티라는 흥미로운 세상이 열린 거죠. 포털의 카페와 커뮤니티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가 등장합니다. 이때는 주로, 프리챌과 세이클럽의 일산 지역모임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지요.

전반기의 인터넷세상은 이와 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중심이었는데, 이 변화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한 것이 노사모와 유시민의 인터넷정당 입니다. (정청래는 이 인터넷정당 컨셉이 명계남, 문성근과 자신의 저작권을 유시민이 절도한 것이라 주장합니다만...). 하여튼, 노사모는 정치인 팬카페 수준을 넘어 대선승리의 1등공신이 되었지요.

 

이천년대 중반부터는 개인의 표현 욕구를 채워주는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도토리 선물하기가 유행이 되었고, 저 역시 다음에 개설한 블로그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0년 대 들어, SNS시대가 찾아옵니다. 숨 가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거죠. , 잘 적응하여 이번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봅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있더군요.

페이스북은 친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 줄줄이 엮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어디 놀러갔네’, ‘밥은 이런 걸 먹네하며 사진 올리고, 지 자랑하는 글만 넘쳐 납니다. 진솔한 내면은 없고, 보여지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세상입니다. 나아가서, 상업적 용도로 급격히 변모하여 마케팅용 포스팅이 질척 거리지요. 그래서 계정을 폐쇄해 버렸죠.

 

트위터에도 도전합니다. 그런데 여기도 좀 껄쩍지근합디다.

우선 트윗 글자수가 제한되니, 온전한 생각이 담긴 글이 아닌 파편적인 글만 돌아 다닙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자기의 생각을 전하기 보다는 오피니언 리더의 글을 리트윗하는 형태의 수동적인 오피니언 소비자가 됩니다. 그래서 이것도 끊었습니다.

 

아직 도전하지 않은 게 인스타그램하나 남았는데, 페이스북의 단점을 보완했다고는 하지만, 홍보에 활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그리하여, 2016년 현재, 모바일의 시대, ‘네이버 밴드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인터넷카페나, 전화와 문자로 연결하던 지인 간의 모임을 관리하기에는 안성맞춤 이어서 당분간은 잘 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SNS는 우리에게 강력한 무기를 선사합니다.

바로 새로운 언론, 대안언론으로서의 기능이지요.

지배권력은 중세에는 문자와 책을 독점하였고, 근대사회에는 언론을 독점해 왔습니다.

이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SNS는 이 독점체제를 깰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기대 합니다. 오디오 중심의 대안언론, 팟캐스트는 이미 지상파 라디오의 영향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인기 팟캐스트의 광고단가가 라디오광고보다 비싸다고 하니까요.) 지난 대선에서의 나꼼수 열풍에 이은 국민티비 협동조합, 이이제이, 정의당 노유진의 정치카페 등은 젊은 세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변혁을 꿈꾸는 자, SNS를 활용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것 하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과 공유하는 자신 만의 공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

그래서, 어제 티스토리에 블로그 계정을 다시 만들었답니다. 관리 안한지 오래된 다음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틈틈이 하나씩 옮겨 놓고, 새로운 글들도 써 볼 계획입니다.

정리가 좀 되면 공개 하겠습니다. 기대 하시라~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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