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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만두의 유래에 관한 오해

새로 이사한 동네에 있는개성 손만두집에 찐만두를 먹으러 갔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 풍경처럼 이 가게의 벽에도 이 음식이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재료를 쓰는지, 얼마나 정성스럽게 음식을 조리하는지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아무튼, 신선한 국내산 재료 만 사용하여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었다는 개성손만두를 맛있게 먹다가, 문득 제갈량의 남만정벌과 만두의 유래에 얽힌 이야기의 진위가 궁금해졌다. 궁금증이 발동하면 못 참는 성미이니 즉각 반시간에 걸쳐 구글 검색을 돌려본다. 그 결과가 대박이다.

 

우선, [삼국지연의] 남만원정 대목을 간략히 요약하면,

유비가 죽은 후, 촉의 내정을 안정시킨 제갈량은 남만을 공략한다. 남만의 맹주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여 제압한 뒤(七縱七擒), 회군하여 돌아오다가 노수라는 강을 건너려하니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심한 바람이 불어 닥친다. 맹획에게 물은 즉, 노수에는 원귀가 가득하여 사람 마흔아홉명의 머리로 제사 드리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러자 공명은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의 머리를 본뜨고 그 속에 소와 양의 고기를 다져넣은 가짜 인두를 만들어 제를 지내어 원귀들을 진정시킨다. 나관중은 이를 만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서술하여 이후 흔히 만두의 기원으로 회자된다.

 

                                 (제갈량)

 

 

그런데 요리연구가들은 이 이야기를 속설로 치부한다. 나관중이 14세기 말 중국의 교자(餃子) 제조법을 자기 소설에 허구로 써넣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나관중의 상상력과 재치에 대해서 만큼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만두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각 나라별로 다양한 요리법을 가지고 있다. 밀가루 음식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출발하면서 만두 비슷한 요리가 등장하였고, 이것이 동쪽의 아시아를 거쳐서 다시 유럽으로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다중국에서는 후한시대보다 훨씬 이전부터 만두를 먹어왔다고 한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그의 논문 만두 문화의 역사적 고찰을 통해 국수의 기원이 실크로드를 통한 밀가루의 전래에 있듯 만두 역시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왔다는 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만두와 비슷한 요리가 발견되고 있으며, 만띄, 만트, 만터우, 만두 등 명칭과 형태가 닮아 있다는 점도 있다.

 

말이 난 김에 [남만][베트남]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덧붙여본다. [삼국지]의 '화이사관'과 '근왕주의' 시각이나 '뻥'에 대해서 일일히 논하자면, 족히 책 한권 분량을 될터이니 넘어가고, 대략 겁나 재미있는 '역사환타지소설' 정도로 정리하자. 요즘 용어로는 '팩션'이라고 해야하나?

 

각설하고,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남만][베트남]이라는 주장을 별다른 의심 없이 믿어왔다. 나의 이러한 믿음은 지극히 선의에서 출발한 것인데, 프랑스와의 독립투쟁에 이어 초거대제국 미국과의 전쟁에서 굴하지 않은 베트남인의 불굴의 정신력과 명민함을 존중하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도를 제대로 살펴보기만 해도 이 억측은 단번에 매우 허망하게 깨진다. 구글지도에서 거리를 계산해보면 촉(지금의 사천성 일대)의 수도 성도(청뚜)에서 하노이까지의 직선거리가 무려 2,000km나 되며, 험준한 산악지대가 가로막혀 있다. [삼국지연의]의 기술대로라면 이 장거리원정을 7~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는 건데 이는 제갈량과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그는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었다.)이 머리를 맞대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남만] 운남성 일대로 보는 주장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인들은 남만을 베트남으로 오독하는데 대해 심히 불쾌해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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