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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대중음악

민담의 화려한 부활 [전우치]

 

 

전우치전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 3학년 때 였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신동우 화백의 만화 풍운아 홍길동이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하던 때였으니, 아마 홍길동전의 아류 쯤으로 기획된 것일 게다

 

도술을 소재로 하는 고전소설은 몇편이 있는데, 각각 조금씩 결이 다르다.

홍길동전은 신분질서의 철폐와 이상사회건설이라는 허균의 원대한 포부를 담고 있고, ‘박씨부인전’이 병자호란의 병화로 피폐해진 민중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면, ‘전우치전은 민담 고유의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환술을 시전하여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임금을 골려주기도 하고, 백성들을 구휼하는가하면, 개인적인 악취미로 과부를 보쌈 하는데 도술을 쓰기도 한다. 여러 이본이 있어 내용과 결말이 다양한데, 화담선생과의 도술대결에서 패하여 신선도를 닦으러 은거하게 되는 결말이 널리 읽힌다. 날고 기는 재주로도 여전히 조선 지배계층의 권위를 넘지 못하는 결말이라야 유통이 쉬웠던 까닭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조선 중종 무렵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다는 연구도 있는데, 화담 서경덕, 토정 이지함, 격암 남사고 등의 도학자들이 그 시기에 등장했던 것과 맥이 닿는다.

 

이 흥미진진한 고전을 퓨전 판타지로 각색한 영화가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이다. 우리 고유의 민담과 전승을 모티브로 멋진 판타지를 선사한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최동훈은 현존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에서부터 싹수가 보이더니, 이후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를 잘 다룬다. 물론, 매 작품 마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거든다. 박신양, 백윤식, 염정아, 김윤석,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강동원,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등... 그 중 몇몇은 최동훈을 만나 연기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는 그가 [도청]이라는 작품을 들고 나온다고 한다.

 

(짧은 글 속에 연관된 얘기를 이것 저것 우겨넣다 보니, 글이 짜임새는 없네요. 그냥, 이대로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