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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대중음악

촛불혁명을 연상케 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이 영화는 1980년대 초 영국의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그래픽 노블(주1)2005년에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1980년대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당시 영국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디스토피아 사회가 된 영국의 런던을 배경으로, 전체주의 정부에 외롭게 저항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브이를 따라 진행된다. 2034, 영국은 극우 정권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있다. 테러리즘의 공포를 조작하고 이를 빌미로 집권한 극우정권이 시민의 자유를 극도로 통제하는 사회가 된 것. 그러나 시민들은 이 강제된 질서 속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

 

이 가장된 평온을 뒤흔드는 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스스로를 브이라 칭하는 이 사내는 기묘한 가면(가이 포크스 가면-주2)을 쓰고 신출귀몰하며 압제의 하수인들을 차례차례 처단한다. 우연히 이비라는 아가씨를 만나면서 브이는 개인적 복수를 넘어 부조리한 체제의 전복을 꿈꾸게 된다. 브이는 방송국을 점거하여 생방송으로 1년 뒤 115일 자신이 압제의 본거지인 국회의사당을 폭파할 것임을 예고하며, 시민들의 각성과 봉기를 선동한다.

 

 

시간이 흘러 예고된 115일이 다가오고, 브이의 의도대로 시민들은 억압된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지막 싸움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브이는 이비에게 돌아와서 죽는다. 이비는 브이의 시신을 그가 미리 준비해 둔 폭약과 함께 열차 안에 눕힌다. 브이의 가면을 쓴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행진하고,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 흐르는 가운데, 브이의 시신과 폭약을 실은 열차는 국회의사당으로 돌진하여 마침내 압제의 심장부를 무너뜨린다.

 

몇 년 전 이 영화를 봤을 때,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1987년 여름의 그 거대한 장례행렬을 떠올렸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광화문촛불집회를 떠올리겠지? 이제, 나도 늙었나 보다.

 

 

 

(주1) '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문예만화 또는 그림소설이라고도 한다. 만화와 삽화소설의 중간형태를 취한다. 대중적으로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물들이 널리 읽힌다. 

 

(주2) ‘가이 포크스 데이

 

영화에서 브이가 착용하는 가면은 가이 포크스에서 유래한다. ‘가이 포크스1605115, 카톨릭에 대한 탄압에 저항하여 당시 영국왕 제임스 1세 와 대신들을 몰살시키려고 웨스트민스터 궁을 폭파하려다 체포되어 처형된 인물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11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라 하여 불꽃놀이를 하며 그의 저항정신을 기념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