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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대중음악

유쾌한 판타지의 세계 [빅 피쉬]

나는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 예외가 있다면 팀 버튼의 영화들 일 것이다. 그의 판타지 세계는 기발하지만, 음울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 [배트맨]을 보면 그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가 잘 드러난다. 음산하고 황량한 도시 고담시, 극단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설정된 악당 캐릭터, 심지어 [배트맨] 조차 고독하고 폐쇄적인 복잡한 내면을 가진 사나이로 묘사된다. 그런 독특함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이 '팀버튼'의 영화이다.

 

[빅 피쉬 (2003년 개봉)]는 그의 영화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일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평생 입만 열면 은하계 최강수준의 을 치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를 아들 윌은 몹시 못마땅해 한다. 그런 아버지의 병환이 깊다는 전갈을 받고 아들이 아버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아버지는 병세가 위독한 중에도 아들을 보자마자 "내가 옛날에~"로 시작되는 모험담을 또 늘어놓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었던 그 이야기 속에는 온갖 기묘한 인물들과 황당무계한 모험들이 담겨 있다. 그 기이한 모험의 여정이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아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단서를 하나 찾아내고, 이야기 속의 행적을 따라간다. 아버지의 허풍이 조미료를 왕창 치긴 했지만 실제의 경험이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는 아들.

 

임종의 순간,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아버지에게 그의 멋진 죽음의 장면을 담담히 들려준다. 아버지는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숨을 거둔다.

 

 

 

나는 이 영화를 몽환적 이미지로 가득 찬 가족드라마라고 정의하려 한다. 나에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기발한 상상과 몽환적인 이미지로 가득찬 영상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들이 뒤늦게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뭉클한 엔딩 때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아버지의 내면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깊이 알려고 시도해 본적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