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유년기와 젊은 시절의 기억을 반추합니다. 그 시절은 따스하고 안온하며, 슬프고, 아름답고, 그립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살고 있나 봅니다.
영화산업은 이 지점을 절묘하게 파고듭니다. 2000년대 초반,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영화가 등장하는데요. 효시는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1년 [친구]가 천만관객 대박을 터뜨리고, 이어 [살인의 추억]이 등장하지요. 영화 전반에 80년대의 일상을 녹여내는데, 압권은 ‘송강호’가 짜장면(역시 자장면 보다는 짜장면...)을 먹으며 ‘수사반장’에 몰입하는 장면.
[말죽거리잔혹사]는 영화 전체가 7말8초 고딩 들에 대한 헌정으로 가득 차 있죠. ‘권상우’가 쌍절곤을 휘두르는 장면이 압권. 흥행은 좀 덜 됐지만 [와이키키브라더스]도 7080세대의 추억을 더듬었죠.
이후로는 90년대 세대를 위한 영화 [써니]와 [건축학개론]이 대박을 터뜨리는데, 우리 세대와는 감성이 조금 다르더군요. 드라마로는 [응답하라 삼부작]이 성공했는데, 지상파방송이 아닌 씨제이 계열 케이블TV에서 제작했지요. 씨제이가 영화산업의 흥행코드를 잘 읽고, 드라마에 도입한 거죠.
추억팔이하려다 망한 영화도 있는데, 바로 [쎄시봉]이죠. 왜냐구요? 60대를 타겟으로 했으니까요. 만약, [말죽거리잔혹사]같은 영화를 지금 개봉한다면 당근 망합니다. 흥행은 역시 30~40대의 추억을 팔아야 되는 거죠.
돌아보면 제가 대학 시절 기념하던 4.19혁명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의 역사였어요.(당시로는 2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는데 말이지요.) 80년 5월 광주와 87년 6월항쟁이 우리 세대에게는 바로 어제 일 같지만, 지금의 스무살 아이들에게는 3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역사입니다.
이렇게 보니, 어르신들의 케케묵은 옛날 얘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도무지 역사의식이라곤 1도 없어 보이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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