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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대중음악

잔혹한 세계 [킬 빌]

아주 오래 전, [저수지의 개들][펄프 픽션]을 봤을 때만 해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상하고 낯선 영화들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기왕의 헐리우드 폭력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나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이런 식의 폭력영화는 낯설기 그지없는 것이었으니.

 

 

 

이어 나온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쿠엔틴은 그의 컬트적 취향을 유감없이 쏟아 내는데, 사실 이런 골 때리는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관람 도중에 구역질이 나서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을 지도 모른다.

 

 

쿠엔틴이 대중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영화가 2003년과 그 이듬해에 Vo.1,2로 나누어 개봉한 [킬 빌 (Kill Bill)]이다. 그의 컬트적 취향과 오락영화의 요소들을 잘 버무려 독특하지만 대중적인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쿠엔틴의 영화들에는 늘 선혈이 낭자하다. 무협지 식으로 표현하자면 가히 시산혈해를 이룬다. 순전히 B급 정서에 기댄 과도한 폭력묘사 정도로 치부하기엔 뭔가 께름직한 게 있다. 살인이 멋지고 아름다운 기술, 나아가 예술적 경지로까지 묘사되는 영화적 허구에 대한 역설적 반항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던 간에 좌우간 작품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보이는 만큼 이해하는 것도 나쁜 독법은 아닐 것이다.

 

 

쿠엔틴의 동양문화(동양무예)에 대한 우마주는 신비한 동양이라는 서양인의 그것이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홍콩 무술영화 팬들에게는 반가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었던 노란색 쫄쫄이를 입은 우마 서먼, 동양무예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출연한 유가휘’ (오래 전 [소림삼십육방]에서 소림 무승으로 나온 그 유가휘이다.), 일본 닌자계보의 원조 핫토리 한조’ (사실 정사에서는 핫토리 한조가 닌자가 아니라 이에야스의 무장이라고 한다.).

 

 

음악은 쿠엔틴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 설명은 생략한다. 영화를 통해 감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