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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풀꽃, 쓸쓸한 여름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쓸쓸한 여름 / 나태주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 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올림픽, 국가주의, 인종 다시 올림픽 시즌입니다. 올림픽은 태생부터 인종주의와 국가주의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요. 요즘이야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에 흑인계 비율이 증가하여, 흑인계에 대한 차별은 없어지고 오히려 흑인계에 유리하게 변모하였지만, 아시아계는 애초부터 불리한 여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요. 중국은 인구와 국가정책, 일본은 경제력과 스포츠 과학으로 극복한다지만, 우리나라가 그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건 대단한 거죠. (물론, 국가대표 선수촌을 운영하여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를 길러내니,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할 수는 없긴 하지만...) 올림픽의 종목 별 메달 수를 보면, 국가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리우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개수는 308개, 그 중 15개 이상인 종목은 다음과..
대안언론, 팟캐스트의 세계 대안언론, 팟캐스트의 세계 대략 아시겠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팟캐스트가 뭔지 부터 간단하게 짚고 갑니다. 팟캐스트는 iPod과 Broadcast의 합성어, 컴퓨터에 탑재된 ‘아이튠즈’와 같은 음성녹음 프로그램을 응용해서 오디오 파일을 만들어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라디오방송의 일종입니다. 누구라도 컴퓨터와 마이크 만 있으면 제작과 업로드가 가능합니다. 인터넷방송이 비디오 송출을 위주로 하는 실시간 방송이고 상업적으로 진화했다면, 팻캐스트는 오디오 중심의 개인방송이 중심입니다. 대안 인터넷방송으로는 한겨레신문에서 제작하는 ‘한겨레TV'와 캠코더 한 대만 들고 시위현장과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미디어 몽구’ 등이 대안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대선 이후 서영석, 김용민 등을 중심으로 ..
'마꼰도',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세계 ‘마꼰도’,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세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의 고독’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번역된 것들도 있다)은 복잡한 서사구조 때문에 중반 정도까지 참을성 있게 읽어야 소설의 진정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이야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으니, 굳이 말을 보태지는 않겠다. 다만, 내 인생 최고의 소설 몇 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한 자리를 비워 놓아야할 것이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죽음’에 대한 관념. 소설의 공간 ‘미꼰도’에서는 이승과 저승,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너진다. 가문 최초의 남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어느날 찾아온 집시 멜키아데스(외래문명 전달자)와 친구된 것이 계기가 되어 느닷없이 과학 실험과 철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든..
어린왕자와 여우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가 얌전히 대답하고 몸을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있어." 좀 전의 그 목소리가 말했다. "넌 누구지? 넌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는 말했다. "이라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 어린 왕자가 제의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어져 있지 않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본 후에 어린 왕자는 다시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 "너는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니?" 여우가 물었다. "난 사람을 찾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사람..
여행자를 위한 서시/류시화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
목마와 숙녀/박인환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헬리콥터/김수영 헬리콥터 김수영 사람이란 사람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어두운 대지를 차고 이륙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우매한 나라의 어린 시인들이었다 헬리콥터가 풍선보다도 가벼웁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놀랄 수 있는 사람은 설움을 아는 사람이지만 또한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것도 설움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기의 말을 잊고 남의 말을 하여왔으며 그것도 간신히 떠듬는 목소리밖에는 못해왔기 때문이다 설움이 설움을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젊은 시절보다도 더 젊은 것이 헬리콥터의 영원한 생리이다 1950년 7월 이후 이 나라의 비좁은 산맥 위에 자태를 보이었고 이것은 처음 탄생한 것은 물론 그 이전이지만 그래도 제트기나 카아고보다는 늦게 나왔다 그렇지만 린드버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