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명리(命理)를 사유한다.] 삶은 선택의 과정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을 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한다. 심지어 무위도식하는 백수라 할지라도 하루 동안 꽤 많은 일들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침을 먹을지 말지, 먹는다면 무얼 먹을지, 세수를 할지 말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디를 갈지 말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판단기준에 따르는가? 판단기준이 있기는 한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는가, 후회하는가? 어느 날 초라하게 시들어 가는 내 삶을 돌아보았다. 지나온 50여년, 삶의 궤적을 돌아보니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후회스러운 선택을 너무나 많이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자문해 본다. ‘주어진 운명이란 게 있는 걸까?’ 의심해 본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어두운 판타지 [프로메테우스]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기원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우주 어딘가에 또다른 지적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회의론이 교차하지만, 일단의 천문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외계생명체 탐색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복잡한 이론은 차치하고, 이 드넓은 우주에 우리 인류만 존재한다면 너무 외롭지 않은가?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는 불편한 영화다. 인류의 기원을 이토록 참혹하게 그리다니... 민담의 화려한 부활 [전우치] ‘전우치전’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 3학년 때 였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신동우 화백의 만화 ‘풍운아 홍길동’이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하던 때였으니, 아마 홍길동전의 아류 쯤으로 기획된 것일 게다. 도술을 소재로 하는 고전소설은 몇편이 있는데, 각각 조금씩 결이 다르다. ‘홍길동전’은 신분질서의 철폐와 이상사회건설이라는 허균의 원대한 포부를 담고 있고, ‘박씨부인전’이 병자호란의 병화로 피폐해진 민중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면, ‘전우치전’은 민담 고유의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환술을 시전하여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임금을 골려주기도 하고, 백성들을 구휼하는가하면, 개인적인 악취미로 과부를 보쌈 하는데 도술을 쓰기도 한다. 여러 이본이 있어 내용과 결말이 다양한데, 화담선생과의 도술대결.. 촛불혁명을 연상케 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이 영화는 1980년대 초 영국의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그래픽 노블(주1)을 2005년에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1980년대 ‘대처리즘’으로 상징되는 당시 영국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디스토피아 사회가 된 영국의 런던을 배경으로, 전체주의 정부에 외롭게 저항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브이’를 따라 진행된다. 2034년, 영국은 극우 정권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있다. 테러리즘의 공포를 조작하고 이를 빌미로 집권한 극우정권이 시민의 자유를 극도로 통제하는 사회가 된 것. 그러나 시민들은 이 강제된 질서 속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 이 가장된 평온을 뒤흔드는 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스스로를 브이라 칭하는 이 사내는 기묘한 가면(가이 포크스.. 잔혹한 세계 [킬 빌] 아주 오래 전,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을 봤을 때만 해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상하고 낯선 영화들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기왕의 헐리우드 폭력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나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이런 식의 폭력영화는 낯설기 그지없는 것이었으니. 이어 나온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쿠엔틴은 그의 컬트적 취향을 유감없이 쏟아 내는데, 사실 이런 골 때리는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관람 도중에 구역질이 나서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을 지도 모른다. 쿠엔틴이 대중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영화가 2003년과 그 이듬해에 Vo.1,2로 나누어 개봉한 [킬 빌 (Kill Bill)]이다. 그의 컬트적 취향과 오락영화의 요소들을 잘 버무려 독특하지만 대중적인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쿠엔틴의 영화들에는 늘 선혈이.. 유쾌한 판타지의 세계 [빅 피쉬] 나는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 예외가 있다면 ‘팀 버튼’의 영화들 일 것이다. 그의 판타지 세계는 기발하지만, 음울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 [배트맨]을 보면 그의 독특한 판타지 세계가 잘 드러난다. 음산하고 황량한 도시 고담시, 극단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설정된 악당 캐릭터, 심지어 [배트맨] 조차 고독하고 폐쇄적인 복잡한 내면을 가진 사나이로 묘사된다. 그런 독특함 때문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이 '팀버튼'의 영화이다. [빅 피쉬 (2003년 개봉)]는 그의 영화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일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평생 입만 열면 은하계 최강수준의 ‘뻥’을 치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를 아들 윌은 몹시 못마땅해 한다. 그런 아버지의 병환이 깊다.. 영화, 그리운 시절을 추억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유년기와 젊은 시절의 기억을 반추합니다. 그 시절은 따스하고 안온하며, 슬프고, 아름답고, 그립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살고 있나 봅니다. 영화산업은 이 지점을 절묘하게 파고듭니다. 2000년대 초반,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영화가 등장하는데요. 효시는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1년 [친구]가 천만관객 대박을 터뜨리고, 이어 [살인의 추억]이 등장하지요. 영화 전반에 80년대의 일상을 녹여내는데, 압권은 ‘송강호’가 짜장면(역시 자장면 보다는 짜장면...)을 먹으며 ‘수사반장’에 몰입하는 장면. [말죽거리잔혹사]는 영화 전체가 7말8초 고딩 들에 대한 헌정으로 가득 차 있죠. ‘권상우’가 쌍절곤을 휘두르는 장면이 압.. 촛불혁명은 의식혁명이다. 촛불혁명은 의식혁명이다. 2017년 3월 26일 2017년 3월 11일 20차 촛불집회까지 넉 달이 넘게 매주 토요일 마다 연인원 1,600만명이 광화문광장을 촛불로 뒤덮었다. 집회는 평화로웠고, 질서가 있었으며, 품격이 있었다. (뭐, 지난 시절 전투적인 집회와 시위에 익숙한 86세대들에게는 좀 심심하기도 했지만...) 이 평화로운 촛불의 힘으로 마침내 박근혜를 대통령 직에서 파면했다. 촛불혁명이 이제 막 클라이맥스를 지나 대미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어 보면, 탄핵의 사유가 대단치 않다. 국정을 일개 양아치와 논의했고, 그 양아치에게 무분별한 특혜를 주었다는 게 핵심이다. 무고한 시민과 정적을 살해했다거나, 불법으로 체포하고 고문을 자행했다거나, 직접 대놓고 뇌물을 수수했다거나 .. 이전 1 2 3 4 ··· 7 다음